국가 연구개발(R&D) 예산권을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마찰이 일단락됐다. 청와대 정책실 주도로 업무 조정이 이뤄지면서 국회 통과 절차만 남겨뒀다. 연내 과기정통부가 예산 독립권을 확보하면 그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국가 R&D 컨트롤타워 재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0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예외적으로 R&D 부문만큼은 과기정통부로 예산권을 이관하는 것으로 내부에서 교통정리됐다”면서 “국회 절차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재부와 과기정통부는 국가 R&D 예산권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다. 국무조정실이 중재안까지 제시했으나 진척없이 교착상태를 이어갔다. 과기정통부는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예산권 확보가 필수라고 주장했지만 기재부는 R&D 분야에만 예외적으로 예타권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개월이 지났는데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부처 간 밥그릇 다툼 양상을 띠었다.
비난 여론이 이어지자 최근 청와대 정책실 차원에서 업무 조정 및 조율을 주도해 매듭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R&D 예산 독립권 확보는 대통령 주요 공약 사안 중 하나였던 만큼 기재부도 정책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연내 법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주무부처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국회 통과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과기혁신본부 예산권 확보를 위해선 과학기본법과 국가재정법을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기재위에 묶여 있지만 기재부에서 이관 방침으로 정한 만큼 야당의원 반대도 수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는 예산권을 확보하면 20조원에 육박하는 'R&D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한다.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범부처 과학기술 정책과 예산 분배를 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대규모 신규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전 사업 추진 가능성을 미리 검토하는 제도다. 사업 진행 '첫 관문'이다. 그동안 기재부가 전담하면서 경제 논리에 치우친 탓에 선도 기술 투자 결정에 2~3년 이상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법안 통과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부터 추진되는 국가 R&D 투자의 전문성과 효율성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과기정통부는 어렵게 예산권을 확보한 만큼 R&D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되 재정건전성도 함께 고려해 예산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 靑 "R&D 예산권 교통정리 됐다"…과기정통부, 기재부로부터 R&D 예산독립권 확보>,2017-11-07,<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