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난
2021.5.25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10525000114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최근 통계청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역대 최고이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대다수가 불안과 무기력, 우울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취업경쟁률은 높아만 가고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대기업에만 인력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수급의 불균형과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수가 99.9%이며, 기업종사자수의 83%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으면 청년실업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지난달에 청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청년일자리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직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보장)과 임금이었고, 건강한 조직문화와 분위기, 그리고 근무환경 순이었다고 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입사하고 싶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워라밸과 임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시간 근무를 하면서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중견기업 이상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 특히 창업 초기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창업 초기 기업들은 청년창업 기업들이 많고 그들이 성공해야 후배들이 창업의 길을 따르게 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에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어야 한다. 현재 고용촉진을 위해 청년채용 지원금, 유연근무제 및 시간선택제 지원금 등 여러가지 지원제도로 정부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무경력자 중심으로 1년이나 2년만에 지원을 종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무경력 신입을 채용하여 교육하고 훈련하면 연봉 많은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들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 기간을 장기간으로 늘리고 지원금액도 대기업과의 격차를 없애 줄 정도로 상향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성과평가에 따라 후속대책을 결정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건강한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갖추기 위해서는 경영자와 관리자들을 위한 교육과 코칭이 필요하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비전수립, 공정한 성과관리, 효과적인 팀워크, 사내 커뮤니케이션 등 조직문화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하고 방법도 잘 모른다. 신규 입사한 청년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이지만 청년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분위기에서 오래 근무하게 하려면 경영자들이 이러한 부분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중소기업 정부자금지원 사업에 조직문화 전문가 코칭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는 것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밀집되어 있고 청년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디지털산업단지, 테크노밸리 등의 산업단지를 청년 친화적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강남이나 특정 거리에 청년들이 북적이는 것은 그곳에 가고 싶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만남의 장소,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산업단지는 청년들이 생활하기에는 삭막하기만 하다. 문화복합시설을 늘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임대주택 지원을 산업단지 주변에 확대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근무자들이 이러한 시설을 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면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 청년복지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열악하고 비전 없는 곳이라고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대기업 못지 않은 근무여건과 미래가 유망한 중소기업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인식을 개선시켜 주어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과 청년들 대부분이 대기업에 대한 정보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과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임금순 한양대 ERICA 교수
